배달의민족이 커머스 영토를 넓히는 법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3.12.21 게시

퀵커머스 물류의 3단 진화(직매입 -> 마켓플레이스 -> 풀필먼트)

퀵커머스, 배달의민족, 풀필먼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2022년 매출은 2조 9,471억원으로 전년(2조 88억원) 대비 46.7% 증가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은 아직까지 음식 배달과 연결되는 ‘조리 음식’에 상당 부분 치중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의 커머스 진출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 2018년 ‘B마트(당시 배민마켓)’를 출시하며 조리음식 외 커머스 카테고리에 대한 확장에 나섰으며, 심지어 2021년부터는 “배달의민족은 더 이상 배달앱이 아니고 커머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최근 와이즈앱의 발표가 있었죠? 배달의민족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이커머스 서비스에서 ‘3등’을 했습니다. 특히 20대 연령층만 한정적으로 놓고 보면 배달의민족은 모든 서비스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등과 2등은 익히 알려진 네이버와 쿠팡이었고요. 배달의민족이 3등을 했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3등이지만, 1위를 할 수는 없을까. 그러다 보니까 생각이 이어집니다. ‘음식’도 커머스 아니야?

B마트는 배달음식뿐만 아니라 고객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 소위 데우기만 하면 되는 음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운영을 하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필요하다는 고객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저희가 창고형 매장까지는 아니지만, 큰 규모의 슈퍼마켓에 갔을 때 찾을 수 있는 상품까지 구비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퀵커머스’로 맛본 것을 절대 끊지 못합니다. 아마 몇 년 뒤 이 시장은 5조, 10조 이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전대표, 우아콘 2021

우아한형제들의 커머스 전략 핵심 키워드는 ‘퀵커머스’다. 그 이유는 사실상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판에서 ‘퀵커머스’가 아니라면 시장 선점기업들과 비교하여 경쟁우위를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쿠팡이 메가 사이즈 풀필먼트센터와 직영과 외주를 아우르는 배송트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 커머스 시장을 평정한 건 사실이다. 네이버의 국내 1위 포탈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한 검색과 가격비교 역량을 커머스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MFC(Micro Fulfillment Center)와 퀵커머스를 위한 이륜차 배송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조차 만들지 못한 이미 빠른 배달에 익숙해진 2,000만명이 넘는 사용자 트래픽 권력을 갖고 있다.

요컨대 우아한형제들은 쿠팡과 네이버와 같은 전장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쿠팡과 네이버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전장에서 원래 잘하던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커머스 영역에서 택했다. 때문에 ‘퀵커머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되고, 이런 배경 하에 우아한형제들 송재하 CTO가 선포한 것이 ‘이커머스 천하 삼분지계’다.

“커머스는 큰 틀에서 검색, 가격비교, 그리고 광고를 엮어내는 방식(네이버)이 있고, 상대적으로 조금 새로운 대규모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모델(쿠팡)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델이 양분돼 있는 것 같지만, 사용자가 소비를 결심한 시점과 실제 소비를 하는 시점 사이에서 맥락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공통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배달의민족 고객들은 이미 음식 배달에서 맛봤던 ‘즉시성’이라는 경험과 가치를 커머스에서도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리얼타임 커머스’를 바탕으로 기존 양분돼 있던 커머스 구도를 재편하고, 커머스 천하를 3분할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우아콘 2022

현시점 우아한형제들이 준비한 퀵커머스 관련 서비스 포트폴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장 먼저 시작한 B마트. 소비자 접점의 도심 물류거점 MFC(Micro Fulfillment Center)에 재고를 직매입해 보관해두고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의 배달 물류망을 연계해 고객에게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 MFC 운영 효율이 글로벌 기준 최고이고, 효율화를 어느 정도 이룬 상황이라 자부한다. 비용 효율 이슈로 경쟁 시장은 축소 기조에 있는 반면, B마트 MFC는 커머스 혹한기가 불어닥친 2022년 말에도 향후 1~2년 이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그 규모를 키울 것이 예상되는 만큼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 증거로 내세웠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 효율을 자신했지만, B마트와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하여 시장에선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거시 경제 변화 요인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퀵커머스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 구조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퀵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던 업체들이 매각,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늘어나고 있다.

실제 도심 창고를 기반으로 ‘배송권역’이 제약되는 B마트 특성상 지역 확장을 위해서는 물류센터 구축과 부동산 임차료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다. 더군다나 물류의 숙명처럼 B마트가 들어서는 많은 곳에서는 ‘민원’ 이슈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돈이 있더라도 서비스 범위를 늘리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슈로 돌아왔다. 여기 더해 B마트 침투 지역마다 따라오는 ‘골목상권 침탈 이슈’는 말해 뭣할까. B마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철수와 재진입을 반복한 데는 이런 복잡한 배경이 있었다.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의 등장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이 강화하고 있는 두 번째 퀵커머스 포트폴리오가 2021년 12월 강남에서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마켓플레이스 ‘배민스토어’다. 직매입한 재고를 직접 물류를 통해 연결하는 B마트와 달리 배민스토어는 1~3시간 내 배송 수준의 퀵커머스 역량을 갖춘 외부 판매자를 입점 시키는 구조다.

배민스토어는 B마트가 져야하는 확장성의 제약을 상당 부분 극복해줄 수 있다. 플랫폼은 안 팔리고 사장되거나 폐기 위험에 놓일 수도 있는 골치 아픈 재고관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입점 사업자가 매장이든, 물류센터든 알아서 물류 처리를 위한 공간을 들고 배민스토어에 입점하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탈’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요컨대 배민스토어는 배달의민족의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입점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지극히 플랫폼스러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직접 물류 운영을 하지 않기에 배민스토어의 수익성은 B마트보다 높게 떨어질 수 있다. 뭔가 익숙하다면 쿠팡이 로켓배송 이후 2016년 시작한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모델 ‘아이템마켓’의 모습이 여기 보인다.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 지마켓, 11번가가 앞서 활용하던 오픈마켓의 구조와도 동일하다.

하지만 배민스토어라고 확장성의 제약을 완벽하게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입점 조건으로 ‘빠른 물류’ 역량을 갖춰야 하는 만큼, 제약 조건이 컸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민스토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입점 업체가 자체적인 MFC를 구축하고, 여기 배달망을 연결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커머스 혹한기 ‘퀵커머스’에 대한 높은 비용 부담은 누구에게나 고민이 되는 만큼,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 배민스토어에 가용 가능한 점포 인프라와 재고를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나 브랜드 업체들을 중심으로 입점이 진행된 배경이다.

배민스토어는 오픈마켓의 태생적 한계인 ‘서비스 품질의 표준화가 어렵다는 특징’ 역시 그대로 답습했다.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여러 업체들의 주문마감시간, 배달 타임라인은 서로 다른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업체마다 달랐다. 고객은 배달의민족이라는 단일 플랫폼에서 배민스토어 주문을 하지만, 느끼는 서비스 품질은 제각각인 묘한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쿠팡 풀필먼트 따라가는 배민

그랬던 배민스토어가 2023년 4월 말부터 달라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로컬 상점’들의 입점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변화는 물류 역량이 없는 동네 상점들도 배달의민족이 갖추고 있는 ‘물류망’을 연계해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연결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스토어의 로컬 확장 버전은 쿠팡이 앞서 구축했던 ‘풀필먼트’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배민스토어의 사업은 로컬 퀵커머스 특성상 물류센터에 3자 판매자의 재고를 보관해두고 시작하는 일반적인 풀필먼트의 개념과는 디테일이 다르다. 배민스토어 입점 판매자가 이미 갖춘 ‘매장’이 물류센터가 되며, 이미 갖춘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재고가 돼 배달의민족 플랫폼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까진 기존 배민스토어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변화는 뒷단의 ‘배달망’에서 나타난다. 배민스토어 입점사가 우아한청년들이 운영하는 ‘이륜차 라이더 배달망’을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배민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은 상품 카테고리마다 다른 1.8~8.8%의 중개수수료와 3% 내외의 결제수수료를 배달의민족에 내며, 이와 별도로 6000원의 물류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 물류비 중에서 일부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설정 가능한데, 그 결과 배민스토어 고객부담 물류비는 입점 사업자의 설정에 따라서 0원~6000원까지로 나타나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구조라면 맞다. 이미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이라는 이름의 단건배달 서비스를 통해서 음식점을 대상으로 조리된 음식을 배달의민족의 물류망으로 처리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조리음식을 배달하는 배민1의 경우 중개수수료로 6.8%를 받고 있는데, 이것이 비조리음식의 서로 다른 카테고리별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배민스토어까지 분화됐다.

요컨대 배달의민족은 퀵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플랫폼 입점과 함께 묶음 판매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가 배달 건당 3000~4000원의 요금으로 서로의 물량을 뺏기 위해 저단가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 배달의민족은 전방 플랫폼의 노출 권력을 함께 판매함으로 배달대행업체보다 높은 6000원의 배달요금을 합리화했다. 이 배달요금을 라이더에게 지급하고 남은 금액이 우아한청년들의 ‘이익’이 되며, 우아한형제들은 물류비와 별도로 배민스토어에서 판매 건당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수취할 수 있다.

남아있는 숙제는 무엇일까

물론 배민스토어에게 남은 숙제는 있다.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입점업체의 파이를 확장할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카테고리’ 확장성은 제약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수료와 별도로 배민스토어 입점업체에게 과금되는 건당 6000원의 물류비는 여전히 소상공인에겐 부담되는 금액이라는 유통업계의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객단가’가 높고 물류비를 감당할 만큼 ‘이익률’이 높은 상품을 다루는 상점 중심으로 배민스토어 입점이 제약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적재함 크기가 작은 이륜차 라이더를 중심으로 한 배달망의 특성으로 인해 처리할 수 있는 상품 부피의 제약과 라이더들의 심리적인 부담 역시 넘어서야 할 과제로 보인다. 예를 들어 라이더가 처리하길 기피하는 ‘똥짐’, 그러니까 무게가 많이 나가고 부피가 큰 쌀이나 고양이모래, 생수 같은 카테고리도 배민스토어가 취급하는데, 이런 상품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선 생각보다 높은 프로모션 요금이 투하될 수 있다.

어쨌든 그 쿠팡조차 하지 못했던 로컬 단위의 대규모 커머스 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위한 행보를 배달의민족이 시작했다. 덩달아 ‘이익’을 남기는 이들을 찾기 힘든 퀵커머스 판에서 수익성까지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혹한기 지속가능한 물류 비즈니스 측면에서 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있다.

한 편에서 기존 단건배달 중심의 배달망이 ‘알뜰배달’이라는 이름의 묶음배달로 재편되는 상황도 물류 측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향후 배달의민족의 커머스 배송 타임라인이 1시간 내 즉시배송을 넘어서 여러 상품을 묶어서 더욱 경쟁력 있는 물류 단가에 배송하는 ‘N시간 당일배송’ 영역으로 분화될 것이 예측되는 배경이다.

본 사이트(LoTIS. www.lotis.or.kr)의 콘텐츠는 무단 복제, 전송, 배포 기타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핵심단어
자료출처
첨부파일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