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의 침입에 대항하는 물류의 방법론 ‘연합군’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4.03.21 게시

물류에 뛰어든 커머스 플랫폼, 물류기업의 대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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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양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과 네이버가 만든 풀필먼트 서비스는 ‘물류’를 바탕으로 하지만 다른 영역의 가치가 녹아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풀필먼트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세 업체가 고객 전방의 거대한 노출 권력을 갖추고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가치다.

여기 또 다른 디지털 역량이 결합되기도 한다. 예컨대 쿠팡은 풀필먼트를 이용하는 업체들에게 ‘광고’, ‘고객 데이터 서베이’ 등 부가적으로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여, 유료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플랫폼에 수요예측과 같은 다양한 부가 솔루션을 결합시키고자 준비하고 있으며, 이 또한 향후 유료화를 계획하고 있다. 모두가 물류 서비스를 판매하지만, 물류 이상의 부가가치를 제안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물류만 운영하는 3자 물류업체들은 만들기 어려운 문법이다. 물류기업들이 당장 전방 고객 트래픽을 스스로 창출하고 싶어도, 결코 쉽지 않다. 애초에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추구했던 물류의 문법과, 전방 고객의 수요 창출을 위해 힘쓰는 유통의 문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의 체질이 다르기에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자 유통으로 확장한 물류기업의 사례는 꽤나 많았지만, 성공한 사례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것은 ‘연합군’ 구축이다. 특히 ‘퀵플렉스’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택배 대리점 사업까지 확장한 쿠팡을 막기 위한, 택배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당장은 쿠팡의 효율이 안 나오는 물류망을 아웃소싱 해주는 측면에서 여러 택배회사가 쿠팡의 물류 파트너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협력이 언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택배기업들이 잘 알고 있다. 2022년 협력사 한진에서 대규모의 물량을 빼버린 쿠팡의 행보에서 보여진 위험이 언제든 그들 자신에게도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들은 우선 서비스 품질을 쿠팡의 로켓배송만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대표되는 3대 택배사들이 모두 쿠팡 로켓배송 타임라인과 동일한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하는 ‘풀필먼트’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기존 택배 프로세스에는 화주사 물류센터에서 택배터미널까지 4~5시간 이상의 집하 및 간선 이동이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말인즉 고객은 쇼핑몰마다 오후 1시~6시 사이로 제각각인 마감시간으로 인해 날뛰는 배송경험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택배의 익일배송률은 실질적으로 61%에 불과하다. 보통 택배는 12~24시간 이내 배송이 아닌, 36시간 배송을 목표 리드타임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택배사들은 ‘재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택배 허브터미널 내부, 혹은 지근거리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화주사의 재고를 사전 입고, 보관하여 간선 집화에 걸리는 시간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곤지암 허브터미널,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진천 허브터미널, 신축을 앞둔 한진의 대전 허브터미널이 이러한 방법으로 설계됐으며, 이 물류센터를 시작점으로 하는 물류 서비스에 ‘풀필먼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택배사들은 이렇게 구축한 물류 인프라를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서비스 품질 관리 측면에서 ‘물류’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 그간 누적 수조원의 비용을 쏟아 부어가며 구축한 ‘쿠팡’의 방법을 따라 하기는 매우 부담스럽다. 따라한다고 한들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걸리고, 성과가 되리란 보장 또한 없다. 

이런 이들을 물류기업들이 포섭하며 제각각의 연합군을 만들고 있다. 예컨대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지마켓 등 쿠팡과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빠른 물류를 대행하고 있다. 한진은 11번가의 빠른 물류 서비스 ‘슈팅배송’의 물류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N시간 배송 영역을 포괄하는 더 빠른 배송 영역의 연합군 구축 추이도 관측된다. 이 또한 쿠팡이 로켓배송 이상의 영역으로 자체적으로 확장하고, 이미 구축한 물류 서비스 타임라인이다. 다만, 택배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택배망인 허브앤스포크 구조와 호환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별도의 직영망을 구축하거나 당일배송 업체와 또 다른 연합군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CJ대한통운은 새벽배송 서비스 확장을 위해서 통제할 수 있는 ‘직영망’을 확장하고 있다. 배송기사의 근무일, 근무시간, 배송권역을 CJ대한통운이 통제할 수 있어야만 새벽시간에 움직이는 차량 네트워크를 가동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직접물류’의 쿠팡을 간접물류의 CJ대한통운이 역으로 따라가는 형국이 여기서 그려진다.

당일배송의 경우 도심 물류거점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외부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체인로지스와 같은 당일배송 전문업체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SK에너지의 주유소 네트워크, 중앙일보M&P의 신문 배달망 등 기존 유휴 자원에 부가가치를 붙이고 싶은 다양한 업체와 택배사의 연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CJ대한통운은 2025년까지 전국 99% 지역을 커버하는 당일, 새벽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쿠팡이 이 시장에선 선두주자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쿠팡 수준의 컷오프(주문 마감시간) 기준으로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 최성준 CJ대한통운 이커머스본부 전략팀 상무

CJ대한통운은 2023년 3월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O-NE)’를 출시했다. 이 안에 지금까지 쿠팡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만든 모든 물류 역량을 담았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배송’, 내일 오전 7시까지 도착하는 ‘새벽배송’, 오늘 안에 받는 ‘당일배송’, 일요일에도 오는 ‘일요일 배송’이 그것이다. 

여기 네이버와 함께 효율을 증명했던 ‘도착보장’의 가치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를 통해 무신사의 새로운 도착보장 서비스 ‘플러스배송’을 새로운 고객사로 수주했다. 무신사 역시 패션 버티컬 영역을 강화하는 쿠팡과 경쟁하고 있는 패션 버티컬 영역의 거래액 기준 1위 플랫폼이다. 

물류기업들의 다음 목표는 ‘온디맨드 물류’다. 연합군으로 구축한 여러 분화된 물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서 이커머스 화주사들이 취사선택하기 용이한 구조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예컨대 하나의 물류 시스템에서 지역별로, 카테고리별로, 상품별로 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N시간 배송으로 나갈 물동량을 쪼개서 출고 지시할 수 있는 형태가 여기서 구현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연합군내 서로 다른 회사들의 다양한 주문관리, 물류관리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하는 숙제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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