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자동화 도입을 위한 검토 사항

물류 자동화 도입을 위한 검토 사항

최근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이 자체 물류 서비스의 종료와 물류센터 매각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작년 다른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종료에 이은 대기업의 이커머스 철수 소식에 많은 전문가들은 오프라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신사업에서 부진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의견이 대립하는 영역은 단연 물류입니다.
대기업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물류 대부분의 과정에 자동화를 도입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가 적정했는지, 그리고 과연 자동화를 통해 기대했던 효율성을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마다 물류의 형태, 상품의 종류와 물성 그리고 시간적 제약 등을 고려한 적정 물류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특정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많은 투자와 자동화가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선진화된 물류를 벤치마크하고, 투자를 통한 효율성 향상을 기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화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동화의 특성, 그리고 최상의 효율을 내기 위한 조건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동화의 도입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내용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1. 자동화 도입은 일정한 처리량을 보장한다.
체력과 근무 환경, 개인의 감정 등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가진 사람과 달리 자동화 설비는 정해진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화 설비는 항상 설계된 만큼의 일정한 생산성을 보장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동화 설비의 도입 이후 예상만큼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설비의 일일 처리 가능 용량은 지정된 시간 계속해서 가동할 때를 기준으로 산출됩니다. 그러나 실제 근무 환경에서는 설비 가동 외 업무들이 포함되므로 설계된 작업 기준 시간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설비 가동의 이전 단계에서의 재고 보충, 송장 출력, 피킹, 그리고 설비 내 소모품 교체 등의 작업이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의 시간 동안은 설비가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설비의 가동시간과 이에 따른 처리량은 예상을 밑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자동화 물류센터의 경우 설비의 일부 기능의 고장이나 중단 등의 발생시에도 전체 작업이 중단되므로 생산성의 급락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물류 자동화 설비의 도입 단계에서는 이러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여 예상 기준 이상의 capa를 확보하여야 하며, 도입비용 대비 절감비용과 장기적인 ROI 분석등에서도 이러한 실제 생산성을 기준으로 전략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2.자동화는 물류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한 제약조건을 극복하고 정해진 시간을 가동할 수 있다면 자동화는 안정적인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생산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더 붙습니다. 바로 기존 설정한 조건의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신제품들의 크기가 이전 제품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거나, 단순 주문 구성이 어느 순간 매우 복잡해질 경우 이전 제품의 물성과 주문 구성에서 최적화 된 설비의 생산성은 이전과 동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커머스 물류는 물동량은 물론, 프로세스 또한 높은 변동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 자동화 물류센터가 가진 ‘안정적인 생산성’이 오히려 물류의 병목으로 자리 잡게 되며 특히 프로세스의 변화보다 주문의 변화에 따른 대응 과정에서 큰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커머스는 프로모션, 신제품 출시, 트렌드에 따라 평시 주문량은 물론, 물류센터의 일 처리 가능 용량을 크게 뛰어넘는 주문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평소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주문을 처리해야 할 때, 인력 중심의 매뉴얼 작업의 경우라면 공간만 충분하다면 물량의 증가 시에도 인력의 추가 투입과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단기적으로 생산성과 물류센터의 일 출고 Capa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화의 경우 설비의 스펙 이상의 생산성을 거두기는 어려우며 단기적으로 설비를 증설하는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기민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물류 자동화의 도입 검토 시에는 평시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한 자동화 프로세스는 물론, 물동량의 증가에 따른 운영 방안, 물량 증가에 따른 작업 방식 다변화, 물류설비의 고장 혹은 정전등의 발생시 대응 방안과 유지보수 시간동안의 매뉴얼 업무 전환 등의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판매의 특성에 따른 유연한 대응 체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3. 자동화는 설비 중심 기능이다.
물류 자동화 설비는 표면적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솔루션에 가깝게 보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생산 설비와 같이 초기 도입비를 지불하고 난 이후 계속해서 동일한 기능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류 설비는 주문 단계의 솔루션(OMS)와 물류 솔루션(WMS), 그리고 배차(TMS) 및 택배와의 연동을 필요로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밀한 솔루션입니다.
따라서 도입 이외에도 OMS, WMS, TMS의 다양한 기능 변화에 대응하고,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인력 혹은 비용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물류의 변화에 따른 커스터마이즈가 어려워지며 기존 프로세스에 운영이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4. 자동화는 보편적이다.
자동화 설비는 대부분 전 과정이 아닌 한두가지의 고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같은 설비를 도입하면 어디에서든 같은 효율성을 낼 것으로 생각하고 섣불리 타사의 자동화 시스템을 모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화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앞서 말한 시스템은 물론, 물류센터의 구조와 인력 숫자 등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자동화 설비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이를 구성하는 환경과 주문 특성에 따라 최적의 활용 방식과 이에 따른 생산성은 큰 차이를 보이며,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도입을 진행할 경우 오히려 높은 초기비용과 고정화된 설비로 인해 물류센터 전체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로 인해 설비를 처분하는 경우 높은 감가가 발생하기때문에 투자금에 대한 회수가 어려우므로 기업의 비용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자동화 설비 도입 시 고려할 사항은 매우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비용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자동화의 성공적인 기대치는 물론, 문제 발생과 비효율에 따른 리스크와 대응,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프로세스 설계를 진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