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은 어떻게 물류 효율화에 기여하나

작성자 : 엄지용 커넥터스 대표 2024.10.31 게시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

경상남도 권역을 중심으로 반찬, 샐러드, 국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현관앞키친(운영사: 현관앞마켓)’을 아시나요? 현관앞키친은 10여개 상품을 100% ‘정기 구독’ 형태로 판매하는데요. 이 제한된 서비스 모델이 물류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핵심 요인이 됐습니다.

정기구독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수요를 사전에 확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관앞키친은 고객이 선택한 구독 계획에 따라 정확한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폐기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김태구 현관앞마켓 COO는 “정기 구독으로 수요를 확정하고, 식단표에 맞춰 생산한다”며 “이로 인해 폐기 손실을 최소화하고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두 번째로 정기구독 모델은 생산 라인 및 물류 프로세스 최적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관앞키친은 요일별 주문량에 맞춰 식단표를 조정하여 반찬 공장 가동률을 균형 있게 유지합니다. 김 COO에 따르면 언젠가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고객들이 선호하는 반찬들을 배치하는 식으로 식단표를 조정했는데요. 그 결과 화, 목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월, 수, 금과의 식수 차이가 15% 정도까지 개선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반찬 공장의 일간 최대 생산량에 맞춰서 생산라인을 균형있게 사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정기구독 모델은 신선식품 배송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현관앞키친은 확정된 수요로 인해 당일 조리한 식품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운영비용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새벽배송 단가는 건당 1000원 미만으로 통제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기구독’을 통해 고객의 사전 수요를 확정하고, 배송 밀집도를 높이는 형태로 권역을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김 COO는 “정기 구독을 통해 확보한 확정 수요를 바탕으로, 수확 후 24시간 안에 샐러드 제조와 배송을 마치는 구조로 서비스를 운영한다”며 “이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식품 폐기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 번째로 정기구독 모델은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현관앞키친은 ‘아파트 단지’ 단위로 배송권역을 만들어 배송 밀집도를 높입니다. 예컨대 현관앞키친은 300명 정도의 구독 희망자가 모이면, 그때서야 크라우드소싱으로 일반인 자가용 배송기사를 모집하고요. 배송기사는 한정된 권역을 배송함으로 하루 평균 2시간 동안 40세대, 상품 숫자로는 72개 정도의 상품을 배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월 급여는 약 65만원인데, 이를 기반으로 환산한다면 새벽배송 건당 비용은 1000원 미만으로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관앞키친은 별도의 물류센터 없이 배송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활용합니다. 간선운송 기사가 아웃박스를 지하주차장에 두면, 배송인이 픽업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데요. 이는 물류센터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림1. 현관앞키친이 비대면 배송 서비스에 사용하는 아웃박스와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샐러드 상품들

현관앞마켓

정기구독 모델의 확장성 과제

하지만 정기구독 모델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현관앞마켓은 특히 ‘확장성’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SKU로 운영되는 정기구독 모델은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관앞마켓은 ‘현관앞OO’ 시리즈를 계속해서 오픈하고, 주방 및 욕실용품 전문 정기 구독형 온라인몰 론칭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정기구독 모델은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할 때마다 물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요. 현관앞마켓은 이를 ‘대리점’ 구조를 활용해 해결하려 합니다. 대구 지역 확장이 그 첫 사례입니다. 현관앞키친이 진주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대구 대리점이 집화하여 대구의 각 배송거점까지 간선운송하고요. 현장에서 최종 배송을 맡는 라스트마일 배송 인력 역시 대구 대리점이 맡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현관앞마켓은 구축한 물류망을 외부 업체에게 개방하는 ‘하이퍼로컬 3PL’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류를 비용 요소에서 수익 요소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현관앞마켓은 ‘현관앞파트너스’라는 이름을 붙여서 로컬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음식점, 상점에게 위탁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현관앞마켓이 자체 서비스를 위해 확보한 지역에 특화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별도로 수익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기구독 모델은 물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수요 예측 정확도 향상, 생산 및 물류 프로세스 최적화, 신선도 관리 용이, 배송 효율성 증대, 물류 인프라 최소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카테고리 확장의 어려움, 서비스 지역 확장의 과제, 물류의 수익화 도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현관앞마켓의 사례는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데요. 정기구독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현관앞마켓의 물류 운영 사례가 유용한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물류 효율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과 고객 만족도 제고는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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