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단가의 역설: 성장하는 시장, 줄어드는 수익성
작성자 : 양거봉 이지로지스 2025.06.30 게시성장한 인프라, 낮아진 단가: 수익성을 삼킨 시장의 역설

그림1. 택배 단가의 역설: 성장하는 시장, 줄어드는 수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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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물류팀장을 맡아 택배사와 계약을 진행할 당시 극소구간의 택배비는 VAT를 포함하여 1,250원이었다. 당시 최저시급은 약 6,000원 수준이었으니 최저시급이 택배비의 약 4.8배 정도였다. 그리고 당시 쇼핑몰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택배비는 2,500원 정도였다. 물론 그 당시도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었으니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필자가 받은 택배단가 또한 매우 작고 가벼우며 1만 건 단위의 물량도 한 차량에 실을 수 있을 만큼 물성이 좋았으니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물성을 가진 초기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시장 수급이나 물류기업의 원가 구조에 비례해 일정 부분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해야만 계약이 가능했다. 물론 갑과 을의 입장이 동등할 수는 없었기에 택배사 관점에서 제 가격을 다 받기 위한 협상은 쉽지 않았겠지만, 분명 공급자 입장에서도 일정한 가격 통제력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최저시급은 1만 원을 넘어섰고 지난 몇 년간 물가는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통화량의 증가와 경기부양 정책, 글로벌 공급망 교란, 원자재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체감 물가는 단기간에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은 물류 인프라 투자를 촉진했다. 시장이 커지면 수익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확신처럼 퍼졌기 때문이다. 대형 택배사는 전국 허브 및 터미널 증설, 자동화 설비 구축, AI 기반 분류시스템 도입 등 설비 투자를 이어갔다. 그리고 주6일 운영이던 체계를 주7일로 전환하며 라스트마일 서비스 수준도 강화했다. 앞선 변화들만 본다면 택배업계 또한 이에 맞춰 요율 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고 결과는 정반대였다. 택배 단가는 오히려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고정비 구조를 가진 지금, 단가는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기업은 단가를 더 낮춰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는 인프라가 성장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 성장에 걸맞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적 역설이 생긴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이러한 결과를 구성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핵심은 쿠팡의 등장과 시장 재편이다.
쿠팡은 자체 물류망을 구축해 로켓배송이라는 초고속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이는 경쟁사들이 생각한것처럼 단순하게 속도만을 개선한 서비스가 아니었다. 고객에게는 배송도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부분을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했고 이를 목표로 다른 경쟁자들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해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 플랫폼은 이를 쫓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며 이제는 모두가 느끼듯 쿠팡과 그 외의 기업들로 이커머스는 양분되었다. 물론 그것이 어느시점까지는 택배사에게 직접적인 영향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접 배송은 지역범위가 한정되었으며 그 당시에도 적지않은 물량은 택배사로 갔으니 쿠팡의 성장이 택배사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는 없다는 의견이 대세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쿠팡과 유사한 서비스인 아마존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쳤고, 택배사의 영향력을 지워내는데 성공한 시점부터 관점은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팡의 물량이 증가함에도 어느 시점부터 택배사의 물량은 줄기 시작했다. 게다가 쿠팡의 서비스 경쟁력은 역설적으로 다른 플랫폼과 브랜드들의 가격 민감도를 더욱 자극하며 택배의 파이를 줄여나갔다. 더 좋은 서비스, 더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은 많아졌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소비자가 적어지며 배송비의 고객 전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판매자와 고객 모두 '무료배송'을 당연시했고, 택배단가 인상에 대한 저항은 강해졌다. 택배 단가 인상은 곧바로 플랫폼 내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이는 물류기업이 단가 인상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투자에 대한 부담은 남았다. 주7일 운영을 위한 인력 충원, 고정비 확대, 신규 설비 감가상각 등은 수익성을 압박했고, 가동률이 80%를 넘지 못하는 물류거점들은 막대한 고정비를 삼키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표는 기업과 그 기업을 리드하는 임원들에게 엄청난 위기의식을 심어주었다. 더욱 강한 통제력을 줄 것이라 믿었던 서비스들이 예상만큼의 임팩트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조건은 수익과 별개로 어떻게든 매출의 향상을 통한 잠재력의 증명이었다. 결국 단가를 희생하고서라도 점유율을 지켜야 했고, 이것이 또다시 저가 수주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급자는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전처럼 단가 인상 기조에도 이길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빠르게 고객을 움직이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 고객은 가격을 지배하고 있고, 공급자는 선택받기 위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구조가 되었다.
통제력을 잃은 공급자, 단가보다 ‘이유’를 팔아야 할 시대
더 큰 문제는 이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변화는 이전보다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비용만을 고려하지 않으며, 쿠팡을 꺾기 위한 물류 내재화를 물밑에서 지속하고 있다. 쿠팡 외에도 마켓컬리, 무신사, 오늘의집, 심지어 얼라이언스만을 통한 제한적 움직임을 보이던 네이버마저도 직간접적인 풀필먼트 인프라 확보를 통한 직접 경쟁력 강화를 고심하고 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소위 C커머스라 불리는 업체들이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외부 택배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물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단숨에 만들기 어려운 여건상 택배사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를 직접 운영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수단 또한 고려하고 있고, 이를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소비자는 점점 더 높은 배송 품질을 요구하면서도, 가격에는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무료배송'은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었고, '내일 도착'은 감동이 아니라 당연한 약속이 되었다. 서비스 레벨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정당한 비용 청구는 어렵다. 이것이 택배단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급자 중심의 산업 구조는 이미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 예전에는 택배사 몇 곳이 물량을 나눠 가졌지만, 이제는 플랫폼이 물류 경로와 가격까지 통제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어떤 물류사를 선정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권은 플랫폼에 있고, 택배사는 더 이상 플랫폼을 쥐고 흔들 수 없는 실행 주체로서의 역할만으로 그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그렇다면 택배사는 이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단순히 단가를 낮춰 고객을 설득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왜 이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 단가는 곧 서비스 품질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택배 단가의 역설 속에서 우리가 얻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인프라만으로는 경쟁력이 되지 않으며, 속도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고, 가격만으로는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짜 경쟁력은 '가치'에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공급자가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전략으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은 과거처럼 택배비 인상을 기다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단가가 아닌 '이유'를 팔아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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