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친환경 전환 (1/3)] 해운의 공정한 전환, 왜 자본비용이 첫 관문인가

작성자 : 박치병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2026.04.01 게시

e-연료 공급망, 적절한 바람과 강한 햇빛만이 아닌 설치비와 가동률을 넘어 자본조달 조건이 국가별 경쟁력을 가른다.

해운의 연료전환은 이미 투자전쟁에 들어갔다

국제해운의 탈탄소화 논의는 흔히 차세대 연료의 선택 문제로 요약되지만, 보고서를 읽고 나면 먼저 보이는 것은 연료보다 돈의 흐름이다. IMO가 2023년 개정 온실가스 전략을 통해 2030·2040·2050 감축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해운은 2040년대에 2억~3억 톤 석유환산톤 규모의 무배출 또는 준무배출 연료에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이 연료가 선박에서가 아니라 육상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UMAS의 'The cost of capital challenge in delivering a just and equitable transition for shipping' 보고서는 해운의 e-연료 전환을 위해 2050년까지 약 1조6000억 달러의 육상 투자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약 4000억 달러는 2030년 이전에 사실상 투자 확정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 수전해, 연료 합성, 저장과 운송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는다. 최소 5년 안팎의 개발·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해운의 연료전환은 결국 “언제 어떤 연료를 쓸 것인가” 못지않게 “누가 언제 자본을 움직일 것인가”의 문제로 바뀐다.

그림1. 에탄올-메탄올 혼합 연료 적용 선박 'Laura Maersk'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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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자원이 좋아도 자본이 비싸면 프로젝트는 늦어진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바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뛰어난 나라가 자동으로 e-연료 생산국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The cost of capital challenge in delivering a just and equitable transition for shipping' 보고서는 호주,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 사례를 비교하며, 개발도상국이 강한 일사량과 바람을 갖고 있어도 자본 접근성과 자본비용이 높으면 같은 규모의 사업이 출발선에서부터 불리해진다고 본다. 

비교국 중 호주의 강점은 천연자원만이 아니라, 더 높은 차입 비중, 더 낮은 금리, 더 낮은 요구수익률이 결합하면서 e-암모니아 프로젝트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5% 이하로 끌어내린 점이다. 반면 브라질과 인도는 대체로 8~10%, 아프리카 사례는 8~20% 수준까지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좋은 바람과 햇빛이 높은 금융비용을 상쇄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적어도 초기 상업화 단계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그림2. 해운 탈탄소화에 영향을 미칠 해상풍력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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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OE를 가르는 진짜 변수는 설치비·가동률·WACC의 조합이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경제성은 설치비, 가동률(capacity factor), 자본비용이 함께 만든다. 이 가운데 해운 업계가 종종 과소평가하는 변수가 바로 자본비용이다.

2023년 기준 브라질 육상풍력의 LCOE는 MWh당 약 25달러로 호주의 42달러보다 낮으며, 이는 높은 풍황과 낮은 설치비 덕분이다.

그러나 태양광에서는 브라질이 인도보다 설치비가 비슷하거나 더 낮아도 LCOE가 더 높게 나타난다. WACC가 조금만 높아져도 같은 설비가 내는 전기의 현재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광처럼 가동률 분포가 상대적으로 좁은 기술은 자본비용에 더 민감하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처럼 WACC가 20% 안팎까지 올라가면, 자원이 좋고 설치비가 낮아도 프로젝트가 상업 경쟁력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해운의 공정한 전환을 논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햇빛과 바람이 좋은가’라는 질문 다음에 반드시 ‘어디에서 자본이 감당 가능한 조건으로 조달되는가’를 붙여야 한다.

그림3.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예시 -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의 경제성 또한 금융조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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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 같은 e-암모니아라도 왜 지역마다 가격이 달라지는가

다음 칼럼에서는 이 격차가 실제 e-암모니아 가격에 어떻게 번지는지 살펴본다. 같은 기술과 비슷한 자원을 써도, 왜 어떤 국가는 투자유치를 하고 어떤 국가는 초기 오프테이크 가격에서 탈락하는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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