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확장이 만드는 구조적 격차

작성자 : 양거봉 이지로지스 2026.05.04 게시

지방 배송이 만드는 쿠팡 플라이휠

그림1. .지방 배송이 만드는 쿠팡 플라이휠

AI 활용 저자 생성

얼마전 쿠팡은 전남, 경북, 강원 등 전국 지방 소도시 30여 곳에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순차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0년 여간 쿠팡은 지속적인 서비스 영역 확장을 진행했기에 이 또한 특별할 것 없는 과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존과 달리 이번 발표에 포함된 도시가 인구 소멸지역을 포함한 지방 중소도시가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배송 영역의 확장을 넘어, 해당 지역 소비자의 습관이 재설계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고객 관점에서 전날밤 주문한 제품이 새벽 7시에 문 앞에 놓여 있는 경험을 해본다면, 여러 시간과 물리적 불편함을 무릅쓰고 오프라인 마트를 고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쿠팡은 그러한 고객 경험이 미치는 영향을 10년 이상 데이터로 확인하고 고도화 시켰으며 이를 전국으로 확장 중이다. 실제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260개 시군구 중 182개 이상이 쿠세권에 편입되었다. 

우리가 이 수치를 바라볼 때 쿠팡의 확장을 단순히 물류 인프라의 확대만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물리적 인프라 이면의 수익화라는 무형적인프라를 넓히는 과정 또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쿠팡이 벤치마크 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을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마존은 외면상 커머스 회사로 인식되지만, 영업이익에서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낮은데, 실제 이익의 대부분은 AWS와 광고에서 발생한다. 즉 아마존에서 커머스는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라, 수억명의 구매 데이터를 쌓고 광고 플랫폼의 타겟팅 정밀도를 높이는 인프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쿠팡의 낮은 영업이익률 또한 마찬가지로, 혹자가 말하는 커머스와 직영 물류의 구조적 한계가 아닌 아마존의 구조를 따르는 설계라 할 수 있다. 쿠팡 플랫폼이 소비자 구매 패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광고상품의 가치는 올라가며, 셀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까지 더욱 커지게 된다. 즉 지방 물류망의 확장은 배송 서비스의 확장인 동시에, 광고 수익화 기반의 고도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영역 확장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신선식품은 소비자가 가장 자주, 가장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카테고리고, 한 번 배송 경험이 정착되면 이탈률이 매우 낮기때문에 신선식품에서 고객 락인이 시작되면 다른 생필품과 가전, 의류로 구매가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일정 구매 빈도나 금액을 넘어서면 유료 멤버십으로의 전환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멤버십에서 제공하는 혜택은 쿠팡은 물론, 쿠팡이츠, 쿠팡플레이까지 추가요금 없이 이어지며 더욱 강력한 효과를 만든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지방에서 더욱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 이에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수도권에서는 컬리, 오아시스, N배송 등 다른 선택지가 있지만, 지방 소도시는 아직 이러한 대체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고객이 처음 접하는 서비스가 소비의 기준과 습관이 되며, 그 이후엔 경쟁자가 들어오더라도 쿠팡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수 없다면 고객의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다. 

결국 쿠팡이 지방 확장을 서두르는 이유 또한 결국 지금이 가장 저렴한 고객 획득시점이기 때문이다.

배송 서비스 확장에 따른 이커머스 물류 구조 변화

배송 영역 및 고객 경험 확장의 임팩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까지 직배송 네트워크의 밀도를 높여 갈수록 쿠팡 외 플랫폼의 소비자가 줄고, 이에따라 기존 쿠팡 외 판매채널 혹은 쿠팡과 다른 플랫폼에 동시 입점한 셀러들도 판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쿠팡 입점 및 비중확대를 선택하며 물동량의 큰 방향이 변한다.

이는 결국 쿠팡이 가진 물류망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3PL 및 외부 운송사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며, 3PL이 처리하는 이커머스 물량 또한 감소한다. 이에 따른 문제는 물량 감소 속도에 비해 고정비는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료, 설비, 배송 인력 비용은 단기간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단위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물량 유지를 위해 납품단가를 내린다면 수익성이 무너지고, 단가를 지킨다면 물량을 잃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셀러 또한 마찬가지다. 쿠팡 직매입이나 로켓그로스를 활용하는 셀러와 타 플랫폼의 3PL을 사용하는 셀러 사이엔 이미 배송 원가와 서비스 레벨 양쪽에서 격차가 벌어져 있다. 쿠세권이 전국으로 확장될수록이 격차는 더 깊어진다. 소비자는 빠른 배송을 당연한 기준으로 내면화 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추려면 비용이 올라가고 맞추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한다.

쿠팡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는 셀러라면 광고 비딩 경쟁에서 더 많은 돈을 써야 노출 순위를 유지할수 있고, 쿠팡 밖에서 경쟁하는 셀러라면 배송 품질의 차이를 가격으로 만회해야 한다. 결국 셀러 입장에서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마진율과 판매채널에 대한 선택권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운영 난이도와 원가구조가 동시에 악화되는 이 상황에서 셀러들이 선택할수 있는 것은 쿠팡 의존도를 높이거나, 쿠팡이 취급하기 어려운 카테고리로 이동하거나, 자사몰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 또한 마케팅 역량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충성고객이 일정수준 이상 존재해야만 가능한 선택지 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셀러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쿠팡의 확장은 경쟁자에 대한 압박과 셀러에 대한 종속성을 높이는 또 다른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쿠팡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쿠팡처럼 할것인가'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미 막대한 투자를 통해, 그리고 지금도 투자를 이어가며 쌓아올리고 있는 인프라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쿠팡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구축한다 해도 고객이 기존에 이용하던 플랫폼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쿠팡이 만든 해자는 매우 깊고 견고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해자는 성벽을 지키기 위한 시설이다. 성 안이 아닌 성벽 밖을 바라본다면 쿠팡이 아직 점유하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점유하기 어려운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쿠팡의 직매입 구조는 회전율이 높고 수요예측이 가능한 표준화된 상품에 최적화돼 있다. 재고 리스크가 크거나 희소성이 높거나 지역성이 강한 상품처럼 쿠팡의 직매입 로직 밖에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 안에서 고객의 감성에 맞춘 큐레이션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배송 속도가 아닌 다른 차원의 경쟁이 될 것이다.

지방 권역에 새벽 배송이 처음 닿는 이 시점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마지막으로 영역확보의 시기일 수 있다. 쿠팡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쿠팡이 관할하지 못하는 영역을 바라본다면 그 영역에서는 분명 또 다른 구조를 만들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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