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으로 사라진 330m 거인, 레이더 위성으로 꼬리를 밟다.
작성자 : 전용식 젤큰 대표 2026.05.31 게시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암흑 운항(Dark Sailing)' 증가와 SAR 위성 기반의 경제적 선박 식별 방안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와 '암흑 운항'의 증가
- 2026년 현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제때 통과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선박들이 발생하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하루 최대 2,100만 배럴)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요충지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항로다. 1) - 특히 올해 들어 미국 중부사령부의 해상 검문 강화와 이란 해군의 자의적인 통항 통제가 맞물리면서, 이곳을 지나는 상선들은 양측 모두에게서 나포나 억류 위협을 받는 전례 없는 '이중 위협(Dual-threat)'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 이러한 비상상황 속에서 선박들은 안전을 확보하거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위치추적 장치(AIS)를 끄는 이른바 '암흑 운항(Dark Sailing)'을 급격히 늘리고 있으며, 이는 해운 물류 시스템에 심각한 정보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 과거 이러한 신호 차단 전술은 제재를 피하려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합법적인 화물을 실은 일반 주류 상선들마저 생존을 위해 이 전술을 채택하는 실정이다. 수십만 톤의 원유를 실은 거대 유조선들이 위치를 숨긴 채 이동하면서, 글로벌 석유 시장은 실제 공급 부족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성 상실로 인한 극심한 불안감과 유가 변동성을 겪고 있다.
AIS(자동식별시스템)의 기술적 한계와 조작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에 따라 총톤수 300톤 이상의 국제 항해 상선은 의무적으로 AIS를 작동해야 한다. AIS는 선박의 식별 정보, 위치(위도/경도), 속도, 항로 등을 수 미터의 오차 범위 내로 주변 선박(VHF 반경 약 74km)과 육상, 위성 수신기에 매우 정확하게 전송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1) 그러나 최근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작 방식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음 * 신호 차단 (Going Dark): 추적 장치를 완전히 꺼서 시스템상에서 사라지는 방식 * 위치 조작 (Spoofing): 장치의 작동은 멈추지 않으나, 가짜 위치나 국적(가짜 깃발), 식별 코드를 고의로 송출하여 추적망에 혼란을 주는 방식 - 첨부된 경로 지도 이미지는 이러한 '신호 차단(Going Dark)' 전술이 실제 추적 시스템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 지도상의 팝업 정보창을 살펴보면, 해당 선박(AL KHARAITIYAT)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기 직전인 2026년 5월 9일 오후 1시 20분(UTC)경에 AIS 신호가 끊어졌으며, 해협을 완전히 통과하여 오만만으로 진입한 5월 10일 오전 3시 30분(UTC)경에야 신호가 다시 포착된다. - 지도상에서 특이한 부분은 이 두 지점을 연결한 보라색 실선 궤적이 바닷길이 아닌 이란 남부 육지 위를 곧장 가로지르고 있다. 이는 선박이 육지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감시가 심한 해협 통과 구간 내내 AIS를 강제로 끄고 '암흑 운항'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며, 추적 시스템이 위치 데이터가 누락된 시간 동안의 실제 해상 우회 경로를 그리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확인된 좌표와 신호가 재개된 좌표를 단순히 직선으로 연결하면서 만들어낸 시스템상의 오류 궤적이다.
그림1. 암흑 운항 선박의 사례
저자 작성
정보 공백을 극복하기 위한 추적 방법론
* AIS 데이터 스트림이 의도적으로 중단될 경우, 선박의 행방을 재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2차, 3차 데이터 소스를 활용해야 한다. 1. 위성 영상 분석: 고해상도 상업용 위성을 활용해 정박 구역이나 하역 터미널 탐색 2. 항만 입출항 기록: 공식 문서를 통한 입출항 이력을 확인하지만, 사후에 파악되는 후행 지표의 성격 3. 신호 재개 매핑: AIS가 재활성화되는 위치 기반으로 실시간 감시망을 벗어난 항해 경로의 사후 추정 4. 적재 일정 교차 검증: 알려진 화물 적재 일정을 바탕으로 운송 시간을 역산 예측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선박 식별 기법
* 위성 사진은 가장 실시간에 가까운 추적 수단이지만, 형태를 정확히 판독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분석방법이 필요하다.
그림2. SAR 위성을 활용한 선박 사진
유럽우주국(ESA)에서 운용하는 Sentinel 위성의 데이터 활용
* 화물 적재 여부 (흘수선 분석): 원유를 실은 배(Loaded)는 물에 깊이 잠겨 노출된 선체가 작아서 레이더 반사가 약해 '어둡고 가늘게' 보인다. 반면 화물을 비운 배(Ballast)는 물 위로 높이 떠올라 수직 철판이 전파를 강하게 반사(Corner Reflector 효과)하므로 '눈부시게 밝고 뚱뚱하게' 빛나는 형태로 나타난다. * 선박의 종류 식별: 컨테이너선은 적재된 컨테이너들로 인해 전체가 울퉁불퉁하고 균일하게 밝은 직사각형 형태로 보인다. 반면, 초대형 유조선(VLCC)은 평평한 갑판 구조상 선미(거주구) 쪽만 유독 밝게 뭉쳐있고 몸통은 어두운 비대칭의 '촛불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 운항 상태 및 방향 (항적 유무): 픽셀이 늘어선 각도로 선수를 파악하며, 이동 중인 배는 꼬리 뒤쪽으로 바닷물이 갈라지는 'V자형 항적(Wake)'를 찾을 수 있다. 항적이 없다면 닻을 내리고 대기(Anchored) 중인 상태로 추정된다. * 길이 측량 (오차 보정): VLCC의 실제 길이는 약 330~333m이지만, 10m 해상도의 SAR 위성에서는 강한 반사파가 선체 밖으로 번지는 '사이드로브(Sidelobe) 현상'으로 인해 약 340~350m로 약간 길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역으로 해당 선박이 330m급 VLCC임을 증명하는 데이터로 활용 가능하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최적의 융합 추적 전략
앞서 4장에서 살펴본 SAR(저해상도 레이더) 위성 분석 기법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비용과 효율성' 때문이다. 선박의 형태나 이름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고해상도 광학 위성 사진은 장당 수십에서 수백 달러에 달하므로, 망망대해를 무작정 탐색하는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크 플릿을 효과적으로 추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위성 데이터의 장단점을 융합한 방식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1. 저해상도(무료) 위성을 통한 광역 모니터링: 선박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주요 길목(Chokepoint)'이나 예상 정박지를 설정한 뒤,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저화질 SAR 위성을 이용해 해당 해역 전체 스캔한다. 2. 특징 분석을 통한 용의 선박 압축: 4장에서 제시한 분석 기법(길이 측량, 흘수선에 따른 밝기, 유조선 고유의 반사 패턴 등)을 적용하여, 지도상의 수많은 점들 중에서 타겟 선박(예: 330m급 VLCC)과 특징이 일치하는 객체만 추려낸다. 3. 고해상도 위성 사진으로 최종 검증(Verification): 저화질 분석을 통해 타겟 선박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특정 좌표와 시간을 좁혀낸 후, 딱 그 지점의 고화질 위성 사진만을 선별적으로 구매하여 선박의 외형을 최종 식별한다. 결론적으로, AIS가 꺼진 선박을 찾는 작업은 단순히 값비싼 고화질 사진을 많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저화질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타겟의 위치를 정밀하게 좁혀내고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의 고비용 자원을 투입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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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단어 | AIS중단암흑운항위성데이터융합선박위치조작 |
| 자료출처 | 2) South Korean VLCC Transits Hormuz With 2 Million Barrels (2026.05.26) 1) Hormuz Tankers Going Dark: Trackers Switched Off in 2026 (2026.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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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필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