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에서 발견한 데이터의 힘
작성자 : 양거봉 이지로지스 2026.07.31 게시AI는 예측이 아닌, 의사결정을 앞당긴다.
데이터는 어떻게 물류를 움직이는가
그림1. 데이터는 어떻게 물류를 움직이는가
AI 생성 기간 저자 작성
이커머스 기업의 물류를 운영하던 시절, 거의 매 분기마다 대형 프로모션이, 월마다 정기 프로모션이 진행되곤 했다. 이런 프로모션의 계획이 공유될때 반드시 함께 전달해줄것을 요청한것은 예측 물량과 시간별 판매량이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이 잘 지켜진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량은 커녕 행사상품의 판매 구성이 행사 이틀 전, 늦으면 전날 저녁이 되어서야 전달되는 경우도 빈번했고, 실제 예측량을 뛰어넘는 수치는 늘 출고 시점 이후에서야 공유되었다. 그 순간부터 협력사에 급히 전화를 돌리고,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초과근무를 편성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빈번했다. 대량 주문이 예상된다는 말에 미리 인력을 늘려 놓았지만, 막상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오전 내내 작업 라인이 한산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거나, 혹은 적거나 어느 경우든 인건비의 낭비, 작업 생산성 저하라는 결과는 같았다. 차이냐오 센터도 비슷했다. 국내의 자동화 현장을 많이 본 만큼, 눈길을 끌만한 대형 자동화 설비나 최신 기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곳에서 엄청난 물량을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지역별 주문량과 시간대별 물동량, 판매 이벤트, 운송 네트워크 상황을 종합해 센터 운영 계획을 사전에 세우고, 인력 배치와 피킹·패킹 라인 운영, 차량 배차, 센터 간 재고 이동까지 그 계획에 따라 미리 정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군제 같은 대형 행사도 당일의 순발력이 아니라 몇 주 전부터 준비된 시나리오로 대응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대형 행사 때마다 벌어지는 밤샘 대응을 떠올리면, 차이를 만드는 영역은 설비가 아닌 준비의 시점이었다. 두 곳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예측과 결정과 실행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의 물류 현장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재직했던 수십억 원 규모의 기업부터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이미 나름대로의 수요예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예측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판매를 예측하는 데이터가 존재함에도 그 결과가 인력 운영과 차량 배차, 재고 배치 같은 실행 계획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며, 왜 오랜 시간 개선이 되지 않는것일까? 최근 상하이에서 허마셴셩 매장과 차이냐오 물류센터를 둘러보면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방문 전, 견학에서 기대했던것은 최신 설비와 로봇 등 자동화였지만 그 부분은 기업의 보안으로 인해 많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견학 후 기억에 남는 것은 기술보다도 데이터를 근거로 운영을 미리 준비해 두는 의사결정 방식과 이를 통한 원가의 절감이었다. 그리고 그 방식이야말로 국내 물류 현장이 지금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마는 신선식품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이면서 동시에 온라인 즉시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같은 매장이 판매 공간이자 도심형 물류거점 역할을 하니 재고 운영의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상품이 부족하면 판매 기회를 잃고, 남으면 그대로 폐기되는데 신선식품에서 폐기는 곧 손익이다. 그래서 예측이 중요할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보다 예측 결과를 곧바로 발주량 조정과 재고 배치, 매장 진열, 할인 시점 결정까지 밀어 넣는 운영 체계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요일과 날씨, 지역 행사, 시간대별 구매 패턴을 학습한 데이터가 오후 몇 시에 어떤 상품의 할인을 시작할지까지 정하고 있었다. 쉽게 풀자면 마감 세일 타이밍을 직원의 감이나 다른 정해진 기준이 아니라 시스템이 잡아준다 할 수 있다. 매장 천장의 행거 레일을 따라 온라인 주문 상품이 쉴 새 없이 후방 작업장으로 넘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속도는 결국 몇 시간 뒤의 주문을 미리 내다보고 재고와 인력을 배치해 둔 계획 위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측은 분석 조직의 보고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주와 배치와 배차라는 결정의 입력값이었고, 예측이 틀리면 다음 주기의 계획이 곧바로 수정되고 있었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표준이 되면서 결정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고, 라이브커머스와 쿠폰 프로모션이 일상화되면서 물동량의 변동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인력 수급은 해마다 어려워지고 있어서, 당일 아침에 사람을 구해 메우는 방식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물량은 더 크게 움직이는데 대응할 시간은 짧아지고 급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드는 조건에서, 행사 전날 물량을 통보받는 운영 방식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예측 기술의 문제로 접근하면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필자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데이터와 실행간의 단절 또한 기술보다는 예측을 둘러싼 구조에 있었다. 가장 흔한 것은 정보가 늦게 도착하는 경우다. 프로모션 계획은 영업과 MD 조직에서 만들어지는데, 물류에 공유되는 시점은 계획이 확정된 이후, 그러니까 실행 직전인 경우가 많다. 화주와 3PL 사이라면 이 간격은 더 벌어져서, 계약서에 물량 예보 조항이 있어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정교한 모델이 있어도 입력 정보가 D-1에 들어오면 당장 할 수 있는게 없기때문에 예측은 사후 확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물류에서 조달 리드타임이나 배송 리드타임은 누구나 관리하지만, 의사결정에도 리드타임이 있다는 사실은 그리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주말 물량에 대응하려면 일용직 인력은 늦어도 수요일에는 협의가 시작되어야 하고, 배차 또한 그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며, 센터 간 재고 이동이나 보관은 입고 CAPA까지 고려해 더 앞선 시점에 결정되어야 한다. 즉 자원마다 결정의 마감 시점이 있고, 그 시점을 넘긴 예측은 아무리 정확해도 운영에 쓸 수 없다. D-7에 나온 80% 정확도의 예측이 D-1에 나온 95% 예측보다 운영에는 훨씬 유용한 이유이고, 예측 시스템을 평가할 때 정확도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도착 시점인 이유이기도 하다. 예측의 디테일이 실행 단위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상당수 기업의 수요예측은 월 단위 전사 매출이나 카테고리 물량 수준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는 보고서에는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음 주 화요일 센터 오후 출고 물량이다. 센터별, 일자별, 시간대별로 쪼개지지 않는 예측으로는 인력 배치나 차량 배차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 현장은 전사 예측과 별개로 자체 엑셀 시트를 다시 만들게 되고, 회사 안에는 서로 다른 숫자를 보는 두 개의 계획이 공존하게 된다. 시스템 예측보다 현장 엑셀이 더 잘 맞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예측을 만드는 조직에 물어야 할 질문은 정확도가 몇 퍼센트인지가 아니라, 이 숫자로 현장이 내일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다. 책임 구조의 문제도 있다. 예측대로 인력을 줄였다가 물량이 몰리면 그 책임은 시스템이 아니라 현장 관리자가 진다. 물량이 남아도는 날의 유휴 비용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출고가 밀린 날의 사고는 바로 보고가 올라가니, 관리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니 관리자는 예측값 위에 자기 경험치만큼의 버퍼를 다시 얹는다. AI의 안전 마진과 현장의 안전 마진이 이중으로 쌓이면서 과잉 CAPA가 상시화되는 것이다.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운영비가 줄지 않는다는 회사들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이 구조 위에 있다. 현장이 버퍼를 내려놓게 하려면 예측이 빗나갔을 때의 책임을 조직이 함께 진다는 합의가 필요하고, 그 합의는 선언이 아니라 예측치와 실적치, 그 차이가 만든 비용을 매주 같은 테이블에서 열어 보는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도입 과정이 정확도 검증에서 멈추는 경우도 흔하다. 적지 않은 AI 예측 프로젝트가 테스트 단계에서 정확도 공방을 벌이다 끝난다. 정확도가 충분히 올라오면 그때 실행에 연결하겠다는 접근인데, 필자는 순서를 반대로 생각한다. 예측은 실행에 물려서 틀리고 수정되는 과정을 반복해야 개선되는 것이지, 실행과 분리된 채로는 피드백을 받을 길이 없어 영원히 부족한 상태에 머문다. 허마와 차이냐오가 보여준 것도 완벽한 예측이 아니라 틀린 예측을 빠르게 수정하는 짧은 주기였다. 그래서 전사 확산을 목표로 정확도를 다듬기보다는, 센터 한 곳의 인력 발주 하나라도 예측에 물려 실제로 돌려 보는 편이 낫다. 거기서 나오는 오차와 마찰이, 회의실에서 정확도 목표를 두고 벌이는 어떤 논쟁보다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좋은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네 가지 단절은 결국 하나의 결과로 이어진다. 예측이 조직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 안에 자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S&OP 회의를 운영하는 회사는 많지만 그 자리에서 물류 CAPA와 인력, 차량 계획까지 함께 확정하는 회사는 드물고, 판매 계획과 물류 실행 계획이 서로 다른 회의체에서 서로 다른 숫자로 다뤄지는 한 예측 시스템은 몇 개를 도입해도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아마 이게 기술의 문제였다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실제로는 조직과 프로세스의 문제라서 오히려 잘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AI의 역할을 예측 정확도가 아니라 의사결정 리드타임의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어제까지 D-1에 내리던 인력 결정을 D-7에 내릴 수 있게 해 주고, 감으로 잡던 버퍼를 데이터로 좁혀 주는 것이 AI가 운영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방식이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져도 결정이 일주일 빨라지면 현장은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지만, 결정 시점이 그대로라면 정확도가 올라가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최근의 A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동량 예측을 바탕으로 인력 배치안과 배차 계획 초안까지 만들어내는 수준에 와 있고, 사람의 역할은 숫자를 산출하는 일에서 시스템이 제안한 계획을 검토하고 확정하는 일로 옮겨가는 중이다. 다만 이 변화의 수혜를 받으려면 시스템이 만든 계획이 흘러들어 갈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 안에 먼저 있어야 한다. 계획 초안을 받아 검토하고 확정할 회의체와 권한이 없는 조직에서는, 아무리 좋은 초안도 결국 소용없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인력 발주 마감, 차량 계약 마감, 재고 이동 마감 같은 시점들을 기준으로 예측 결과가 언제까지 어느 조직에 도착해야 하는지를 역산해 정하고, 예측치가 도착하면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 빗나갔을 때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를 함께 합의해 두면 된다. 성과 지표도 예측 정확도보다는 긴급 인력 투입 횟수나 초과근무 시간, 당일 배차 변경 건수처럼 늦은 의사결정이 만들어내는 비용 쪽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이 숫자들이 줄고 있다면 예측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구조 없이 알고리즘만 바꾸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허마셴셩과 차이냐오에서 확인한 경쟁력의 본질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었다. 데이터를 가장 먼저 실행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앞서 있었다. AI가 바꾸는 것은 예측의 정확도가 아니라 운영 의사결정의 속도이며, 앞으로 SCM과 물류의 경쟁력도 설비의 규모보다 데이터가 도착한 뒤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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